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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뢰딩거의 편지 |
민서는 매일 밤 같은 실험실에서 같은 버튼을 눌렀다.
초전도 큐비트가 냉각되고, 진공 챔버 안에서 전자 하나가 중첩 상태로 흔들렸다.
0이면서 1, 관측되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아닌 상태.
“오늘도 성공이야.”
모니터에 확률 파형이 떠오르자 민서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데이터가 아니었다. 실험실 한쪽, 관측실 유리 너머에 놓인 작은 금속 상자였다.
상자 안에는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아니, 들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정보의 중첩’이었다. 물리적 입자가 아니라, 의미를 중첩 상태로 보존하는 실험. 편지는 관측되기 전까지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을 동시에 유지하도록 설계되었다.
그 편지는 3년 전 실종된 연인, 도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도윤은 말했었다.
“양자역학이 이상한 건, 우리가 세상을 본다고 믿는 순간 세상이 바뀐다는 거야.”
실험이 시작된 이후 민서는 단 한 번도 상자를 열지 않았다.
열어보는 순간, 편지는 하나의 상태로 붕괴될 것이다.
존재하거나, 사라지거나.
그날 밤,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 외부 전자기 교란. 큐비트의 위상이 흔들렸다.
민서는 직감했다.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상자는 영원히 무작위 상태로 남을 것이다.
그녀는 유리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갑자기 인터폰이 울렸다.
“민서.”
도윤의 목소리였다.
“관측하지 마.”
민서의 손이 떨렸다.
“네가… 살아 있어?”
“그 질문 자체가 틀렸어.”
도윤은 웃었다. “나는 확률이야. 네가 열면, 난 한쪽으로 사라져.”
민서는 깨달았다.
이 실험은 편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관측자 자신을 시험하는 장치였다.
사랑은 확정될 때 죽는다.
의심과 가능성 속에서만 살아 있다.
민서는 상자에서 손을 뗐다.
전원을 차단했다. 중첩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했다.
상자는 조용히 비어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가슴속에는 분명히 편지가 남아 있었다.
관측하지 않은 세계에서, 도윤은 여전히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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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키의 양자역학 이야기 |

